영어 공부를 일상으로 만드는 방법

내가 다시 영어 공부를 시작한다면 3가지 원칙을 지킬 것이다.

  1. 절대 억지로 하지 않는다.
  2. 모든 기기와 앱 언어 설정을 영어로 바꾼다.
  3. 영어를 공부하는 대신 영어로 공부한다.

멀리 보자면 영어를 일상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영어 공부는 장기전이다. 당장 내일부터 10km씩 뛰자고 결심하기보다 출퇴근길 10,000보씩 걷자고 다짐하는 것이 더 지속 가능하고 효과적일 확률이 높은 것과 같다. 마음 급할 필요 없고, 돈 쓸 필요도 없다. 영어가 내 인생에 꼭 필요하다는 의지만 있다면 바로 시작할 수 있다.

억지로 하지 않기

영어는 언어지 과목이 아니다. 영어로 읽고 쓰는 시간은 즐거워야 한다. 너무 신나서 공부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면 딱 좋다. 그런 의미에서 지루한 강의나 문제집이 설 자리는 없다. 내가 진심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어떻게 하면 영어로 할 수 있을지부터 고민하자.

예시 1: 영화를 사랑하는 민석. 최근 듄2를 재밌게 봤다.
Letterboxd에 가입하고 듄의 리뷰를 읽어본다. 이해가 안 되는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찾아보고, 공감하는 리뷰에 답장도 달아본다. 본인과 마찬가지로 듄에 5점을 준 사람들이 추천하는 다른 영화를 찾아본다. 자막은 한글이 아닌 영어로 설정한다. 끝까지 다 보는 시간이 오래 걸려도 괜찮다. 영화를 천천히 음미한다는 마음으로 대사에 담긴 의미를 파악한다.

예시 2: 음악을 사랑하는 민석. 힙합과 펑크를 특히 좋아한다.
AOTY에 들어가 올해 어떤 앨범이 호평받았나 살펴본다. 가장 좋아하는 밴드와 래퍼를 검색하고 다른 사람들이 남긴 리뷰도 읽어본다. 시간이 나면 유튜브에서 좋아하는 영어권 아티스트 인터뷰를 찾아본다. 영어 자막이 있으면 틀어놓고, 없어도 실시간 자막(auto-generated)과 함께 본다. 모르는 단어나 표현이 있으면 바로 영영사전으로 찾아본다. 그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음악을 더 가까이서 깊게 이해한다.

두 민석은 영어를 공부하는 대신 영어로 영화와 음악을 공부한다. 문제집에 나오는 기이한 영어가 아닌 실제로 쓰이는 영어를 사용하면서 진심으로 알고 싶은 정보를 터득한다.

영어 공부를 위해 유명한 고전이나 어려운 논문을 꾸역꾸역 완독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떻게든 끝까지 읽는 것보다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100배 더 중요하다. ‘재미없다’ 혹은 ‘어렵다’는 늪에 빠지면 당장 그만두고 호기심이 이끄는 대로 다른 글/영상/오디오를 찾아보면 된다.

남이 시킨 숙제를 재밌게 읽기 어려운 건 한국어와 영어 둘 다 똑같다. 관심 있는 주제를 다룬 책, 좋아하는 배우가 나온 영화, 존경하는 작가 인터뷰를 찾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공부할 수 있다. 영어로 더 넓고 깊은 정보를 찾고 이해하는 데 성취를 느낀다면 영어는 자연스레 일상이 된다.

영어로 영어 공부하기

영어를 한국어로 공부하는 습관을 버려야 한다.

책과 대화하기

가장 아름다운 문장과 표현은 책에 숨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 살아도 영어책은 생각보다 가까운 곳에 있다. 나는 영어책을 도서관 외국 자료실에서 빌리거나, 헌책방 영문 서적 구역에서 찾거나, 쿠팡에서 직구로 구매한다. 레시피북, 소설, 자기계발서, 교과서. 어떤 장르든 나에게 흥미진진한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조금씩 읽으면 된다.

공부를 위한 책은 사서 읽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책과 적극적으로 대화하겠다는 마음으로. 모르는 단어나 표현에 동그라미 치고 떠오르는 질문을 빈자리에 적으면서 공부하던 시절 내 영어 실력은 가장 많이 늘었다.

도움이 될 만한 웹사이트 & 툴

온라인에서만큼은 영어가 모국어인 환경을 쉽게 조성할 수 있다. 콘텐츠를 영어로 소비하는데 도움이 될 만한 링크를 모아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