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릴 지브란의 예언자가 말했다
서로 사랑하라, 허나 사랑에 속박되지는 말라. 차라리 그대들 영혼의 기슭 사이엔 출렁이는 바다를 놓아두라. 서로의 잔을 채우되 어느 한 편의 잔만을 마시지는 말라. 서로 저희의 빵을 주되, 어느 한 편 빵만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줄거워하되, 그대들 각자는 고독하게 하라, 비록 하나의 음악을 울릴지라도 외로운 기타 줄들처럼.
서로 가슴을 주라, 허나 간직하지는 말라. 오직 삶의 손길만이 그대들의 가슴을 간직할 수 있다. 함께 서 있으라, 허나 너무 가까이 서 있지는 말라. 사원의 기둥들도 서로 떨어져 서 있는 것을, 참나무, 사이프러스나무도 서로의 그늘 속에선 자랄 수 없다.
그대들의 아이라고 해서 그대들의 아이는 아닌 것. 아이들이란 스스로 갈망하는 삶의 딸이며 아들인 것. 그대들을 거쳐왔을 뿐 그대들에게서 온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비록 지금 그대들과 함께 있을지라도 아이들이란 그대들의 소유는 아닌 것을.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사랑을 줄 순 있으나 그대들의 생각까지 줄 순 없다. 왜? 아이들은 아이들 자신의 생각을 가졌으므로. 그대들은 아이들에게 육신의 집은 줄 수 있으나 영혼의 집마저 줄 순 없다. 왜? 아이들의 영혼은 내일의 집에 살고 있으므로, 그대들은 결코 찾아갈 수 없는, 꿈속에서도 가 볼 수 없는 내일의 집에.
그대들 가진 것을 베풀 때 그것은 베푸는 것이 아니다. 진실로 베푼다 함은 그대들 자신을 베푸는 것뿐.
모자랄까 두려워함이란 무엇인가? 두려워함, 그것이 이미 모자람일 뿐.
그대들 대지의 향기로만 살 수 있다면, 마치 빛으로 살아가는 기생 식물처럼. 허나 그대들 먹기 위하여 살해해야 하고 목마름을 달래기 위하여 어미의 젖으로부터 갓난것들을 떼어 내야 함을, 그러므로 그 행위를 하나의 예배가 되게 하라. 그대들의 식탁은 제단으로 세우고, 그 위에서 숲과 평원의 순수무구한 것들은 인간 속의 보다 순결한 것, 또 더욱 무구한 것을 위해 희생되어지도록 하라.
사랑으로 일함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그대들 심장에서 뽑아 낸 실로 옷을 짜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입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애정으로 집을 짓는 것, 마치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살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자비로 씨를 뿌리고 기쁨으로 거두어 들이는 것, 그대들 사랑하는 이가 그 열매를 먹기라도 할 것처럼. 그것은 또 그대들이 형상짓는 모든 것에 그대들만의 영혼의 숨결을 불어넣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 곁에는 언제나 모든 복받은 죽음들이 서서 바라보고 있음을 깨닫는 것이다.
노동이란 보이게 된 사랑. 그대들 만일 사랑으로 일할 수 없고 다만 혐오로써 일할 수 밖에 없다면, 차라리 그대들은 일을 버리고 신전 앞에 앉아 기쁨으로 일하는 이들에게 구걸이나 하는 게 나으리라. 왜냐하면 그대들 만약 냉담하게 빵을 굽는다면, 인간의 굶주림을 반도 채우지 못할 쓴 빵을 구울 것이기 때문에. 또한 그대들 원한에 차서 포도를 짓이긴다면, 그대들의 원한은 포도주 속에 독을 뿜으리라. 또한 그대들 천사처럼 노래할지라도 노래함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낮의 소리 밤의 소리에 대하여 인간을 귀멀게 하는 것이 될 뿐.
그대들의 기쁨이란 가면을 벗은 그대들의 슬픔. 그대들의 웃음이 떠오르는 바로 그 샘이 때로는 그대들의 눈물로 채워진다. … 도공의 가마 속에서 구워진 그 잔이 바로 그대들의 포도주를 담는 잔이 아닌가? 칼로 후벼 파낸 바로 그 나무가 그대들의 영혼을 달래는 피리가 아닌가? 그대들 기쁠 때 가슴속 깊이 들여다보라. 그러면 알게 되리라, 그대들에게 기쁨을 주었던 바로 그것이 그대들에게 슬픔을 주었음을.
진정 그대들은 기쁨과 슬픔 사이에 저울처럼 매달려 있다. 그러므로 오직 텅 비어 있을 때에만 그대들은 멈추어 균형을 이룬다.
영혼이란 모든 길을 거니는 것. 영혼이란 하나의 길을 따라 걷지도, 갈대처럼 자라나지도 않는 것. 영혼이란 무수한 꽃잎이 달린 연꽃처럼 스스로 열리는 것.
그가 진실로 현명하다면, 그는 그대들에게 저의 지혜의 집으로 들어올 것을 명령하지는 않으리라. 그보다 그대들로 하여금 그대들 자신의 마음의 문으로 인도케 하리라.
그대들 누구나 홀로 신을 깨달아야 하듯이 그대들 한 사람 한 사람은 그와 떨어져 홀로 신을 깨닫고 홀로 대지를 이해해야만 하리라.
그대들은 평화로이 생각하고 있지 않을 때 말을 시작한다. 그리고 그대들 가슴이 고독을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떠들기 시작하며, 그럴 때 소리란 기분전환이 되고 소일거리나 되는 것. 그리하여 그대들이 떠들고 있을 땐 생각이란 거의 사라져 버린다. 왜냐하면 생각이란 우주를 나는 새, 말의 우리 속에선 아마도 날개를 펼 수 있을 지는 몰라도 날 수는 없기에.
길가에서 시장에서 그대들 친구를 만나거든, 그대 안의 영혼으로 하여금 입술을 움직하게 하고, 혓바닥을 이끌게 하라.
일체의 행위, 일체의 명상이 종교가 아니면 무엇인가? 하지만 두 손이 돌을 쪼고 베틀을 손질하는 동안에도 영혼 속에서 언제나 샘솟는 경이와 경탄이 없다면 그것은 행위도, 명상도 아닌 것. 누가 과연 행위와 신앙을, 직업과 신념을 나눌 수 있을 것인가?
그대들 나날의 삶이야말로 그대들의 사원이며 종교인 것. 그 곳으로 갈 때마다 그대들 그대들의 전부를 가지고 가라. 쟁기와 풀무, 망치와 피리. 필요해서건, 다만 기쁨을 위해서건 그대들이 만들었던 모든 물건들도 가지고 가라.
그대들 나를 기억할 때면 다음 말도 기억해 주기를. 그대들 속의 가장 연약하고 갈피를 못 잡는 것이 실은 가장 튼튼하고 굳센 것임을. 그대들의 뼈대를 꼿꼿이 세우고 또 튼튼히 하는 건 그대들의 숨결이 아닌가? 그리고 그대들의 도시를 세우고 거기 일체를 이룸은 일찍이 그 누구도 기억치 못하는 꿈이 아닌가? 그대들 만약 그 숨결의 흐름만 볼 수 있다면 다른 모든 것은 보지 않을 것을. 또한 그대들 그 꿈의 속삭임만 들을 수 있다면 다른 어떤 소리도 듣고자 않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