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뇌를 멈춰다오
버스를 탔다. 전광판 광고가 눈에 띈다.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이 좋단다. 언제는 APEC 유치를 온 도민이 기원한다고 쇼를 하더니, 어느새 주제가 바뀌었다.
걷는다고 상황이 달라지는 건 아니다. 빌딩 위 전광판은 대통령이 “1호 영업사원”이라는 선전을 쉼 없이 재생한다. ‘나는 잘났다,’ ‘너는 쓰레기다,’ ‘우리가 최고다’라는 현수막은 내 앞을 가로막는다. 산와머니 광고 음악처럼 제발 듣고 싶지 않은 똥 같은 말이지만, 기똥차게 머릿속을 파고드는 재주가 있다.
다른 지역이라고 뭐가 다를까. 엑스포를 유치한다는 세뇌작전에 부산 시민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광주에 가니 ‘AI 중심 도시’라 하고, 전주에 가니 ‘가장 한국적인 미래문화도시’라는 광고가 튀어나온다.
세뇌가 아닌 성과로 증명할 순 없을까. 왜 김정은이 되려 하는가. 나는 그 아래 박수 치는 똘마니가 되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