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례지만... 얼마버세요?

오늘도 어김없이 예능에 돈 많은 사람이 출연한다. 연예인 진행자가 묻는다. "어떻게 성공하셨어요?" 부자는 답한다. "어릴 적 아빠 사업이 부도나서 많이 힘들었어요." "사업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주변 사람들은 다 망할 거라고 했어요." "그냥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았어요."
진행자는 부자가 얼마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았는지 듣다가 가장 중요한 질문을 하려는 듯 뜸을 들인다. 그러고선 씩 웃으면서 "실례지만... 얼마 버세요?"라고 묻는다. 주변 연예인들은 무슨 그런 질문을 던지냐는 듯 웃지만, 다 내심 궁금한 듯 목을 길게 내민다. "다들 궁금하시잖아요!" 진행자는 본인이 총대를 메고 물어보는 것이라며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부자는 당황한 것처럼 보인다. 액수는 밝힐 수 없다고 수줍게 말하지만, 대답은 한다. "먹고 싶은 거 있으면 가격 안 보고 주문할 수 있을 정도예요." "이거 살지 저거 살지 고민되면 둘 다 살 수 있을 정도예요." "제 드림카가 포르쉐였는데, 포르쉐 몰고 다닐 수 있을 정도예요." "사는 데 크게 불편함 없는 정도예요." "점심으로 오마카세 먹을 수 있는 정도예요." "대기업 연봉의 5배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이토록 틀에 박힌 대화를 듣고 있자면, "얼마 버세요?"라는 질문이 대체 왜 필요한지 알고 싶어진다. 연예인이 아닌 사람이 TV에 나오려면 돈 자랑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 거짓 광고로 다이어트 영양제와 대박집 비법 소스를 팔아먹는 방송국 사람들이 부자를 숭배한다는 건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예능에 나와서 돈을 많이 벌었다고 자랑하는 사람 중 몇 명이 사기꾼이고 범죄자일까. 누군가는 착취로 돈을 벌었고, 누군가는 속임수로 돈을 벌었을 것이다. 단순히 돈이 많다고 그 사람을 우러러봐야 한다는 사회적 세뇌에서 벗어나 보면 어떨까. 산다는 건 고작 돈벌이가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