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흥페스티벌 2
9시 10분, 돗자리 위에는 8명이나 서 있었다.
“에헴,” 포니테일 아저씨가 말했다. “이제 여기가 바로 즉흥페스티벌입니다. 여러분들 하고 싶은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한번 놀아봅시다. 혹시 아이디어 있으신 분? 즉흥적으로 내뱉어보세요.”
10초가 넘도록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뭘 하지? 자기소개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야? 혼자 팔짱을 끼고 머리를 굴렸다. 나라도 입을 열어야겠다고 생각했던 그때, 가장 늦게 도착한 단발머리 내 또래 여성이 손을 번쩍 들고 말했다. “춤이라도 추죠? 좀 어색해서요.”
“거참 좋은 생각이십니다. 제가 한 번 리드해 보죠.” 포니테일 아저씨는 금니가 여러 개 보일 정도로 방긋 웃었다.
통기타 리듬에 맞춰 춤을 춰야 한다는 생각 때문인지 가슴이 흔들릴 만큼 심장이 크게 뛰었다. 마음의 준비를 하는데 나의 예상과 다르게 아저씨는 통기타를 잡지 않았고, 대신 새까만 책가방에서 노트북과 스피커를 꺼내 놓았다.
“어떤 노래 틀까요? 가요? 팝송? 캐롤?”
“다 좋아요.” 내 왼쪽에 서 있는 4~50대 남성이 귓속말처럼 말했다.
“음, 알겠습니다. 그냥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틀게요.”
벽돌 크기의 블루투스 스피커는 김정미부터 뉴진스까지 춤추기 좋은 음악을 뿜어냈다. 나는 무릎과 발목을 굽혔다 폈다 하면서 리듬에 몸을 끼워 맞췄다. 주위를 둘러보니 첫 노래부터 포니테일 아저씨는 땀방울이 떨어질 정도로 온몸을 흔들고 있었다. “이거지! 이거야!” 아저씨가 내뿜는 야생적인 기운 덕분인지 몇몇 사람들도 몸통을 뒤흔들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건너편에 서 있던 대머리 아저씨는 그 누구보다 더 격렬하게 움직였다. 당장이라도 출근할 것같이 네이비색 정장을 입고 온 사람이 생애 마지막 공연을 즐기러 온 듯 팔딱팔딱 뛰었다. 허덕거리는 와중에도 두 손으로 넥타이를 풀면서 “맞아, 맞아”라고 중얼거리는 아저씨를 보면서 통제할 수 없는 순수한 해방감을 느꼈다. 콧물과 웃음이 동시에 났다. 페퍼민트를 입안에 가득 물고 있는 것처럼 온몸이 시원해지는 감각이 나를 다른 차원으로 이끄는 것만 같았다.
즉흥이란 본능과 충동이구나. 고개를 숙이고 골반을 좌우로 움직였다. 이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었다. “야, 저기 봐봐.” 춤판이 벌어지는 와중에 돗자리 밖 사람들은 사진을 찍고 깔깔거리며 웃었다. 오싹했다. “이 새끼 정신 못 차리고 살더니 이제 사이비 신자로 사네 ㅋㅋㅋㅋ”라고 단톡방에 내가 춤추는 영상이 올라오는 상상을 했다. 이 돗자리를 벗어나는 것이 정상적인 선택이었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돗자리 밖으로 투명 울타리가 쳐져 있는 것처럼, 날조된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게만 느껴졌다.
고개를 치켜들고 눈을 감았다. 뉴진스의 어텐션이 이끄는 대로 아무렇게나 춤을 추자 참았던 눈물이 흘러나왔다. 그제야 나도 두 손을 치켜들고 말할 수 있었다.
“이거야. 바로 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