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uk Kang

두쫀쿠가 살아있다

“아니 시발 진짜라니까. 내가 두쫀쿠를 먹으려고 했는데 그 두쫀쿠가 살아 있었다고.”
“아 진짜 아침부터 뭔 개소리야. 미친 소리 좀 하지 마.”
“못 믿겠으면 지금 우리 집으로 따라와 봐. 진심 내가 어제 샀던 두쫀쿠 이 새끼가 혼자 굴러다닌다니까.”

집 앞 카페 안, 나는 언제나 그랬듯 창가 자리에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보통 8시 전에 카페에 오면 조용히 커피를 마실 수 있었지만, 그날은 남달랐다. 내 뒤편에 앉은 2~30대 남성 두 명은 끊임없이 재잘댔다. 무시하려고 했지만, 두쫀쿠가 살아있다는 터무니 없는 이야기가 들리다 보니 어느새 커피를 내려놓고 귀를 쫑긋하게 됐다.

살아있는 두쫀쿠를 가둬놨다고 주장한 남성은 친구를 본인의 집으로 데리고 가려고 했다. 신종 사기가 아닐까. 집으로 따라갔다가 납치가 되는 것은 아닐까. 내가 뭐라고 갑자기 불안했지만, 두 사람이 워낙 친해 보였기 때문에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두 사람은 자리를 정리하고 카페 밖으로 나갔다. 나는 남은 커피를 급하게 처리하고 두 사람을 미행하기 시작했다. 나는 해외여행도 무서워서 안 가는 사람인데. 주변 친구들한테 쫄보라는 소리를 듣고 사는 내가 탐정 놀이를 하고 있다니. 모자를 더 푹 눌러썼다. 입술이 바짝 마르고 심장이 터질 듯 뛰었다.

나는 한 100미터 정도 간격을 두고 걸어갔다. 다행히 두 사람은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두 사람은 서로의 어깨를 툭툭 치면서 티격태격 무언가 이야기하고 있었다. 아직도 그놈의 두쫀쿠 타령이겠구나 싶었다. 10분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두 사람은 허름한 빌라로 들어갔다. 남의 집까지 쫓아가는 것이 과연 맞을까. 나 미쳤나 봐 싶었지만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빌라 안으로 들어가자, 두 사람은 이미 2층 아니면 3층까지 올라가 있었다. 나는 1층에서 조용히 숨을 고르면서 두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기만을 기다렸다.

확실하지는 않지만 두 사람은 301호로 들어갔다. 도어락이 잠기는 소리가 들린 후 나도 천천히 계단을 올랐다. 301호 앞에서 가만히 서 있을 순 없었다. 아무리 둘러봐도 CCTV는 없는 것 같았지만 혹시 모르니 3층과 4층 사이 계단에 앉아서 기다렸다.

두 사람이 집으로 들어가고 3분 정도 지났을 때 갑자기 301호에서 비명이 들렸다. “악! 야! 잠깐만!” 감탄사인 것인지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핸드폰으로 112를 눌렀지만 도무지 통화 버튼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도망이라도 가야겠다고 생각하는 순간 301호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나왔다. 집주인은 친구에게 “제발 조용히 좀 해”라고 속삭이며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댔다. 계단을 내려가는 친구는 계속 “대박, 와, 미친, 돌았네”라고 혼잣말을 했다. 301호에서는 더 이상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철문 너머로 정말 살아있는 두쫀쿠가 있는 것일지 궁금했지만 내가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그날은 하루 종일 두쫀쿠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 ‘살아 있는 두쫀쿠’라는 것이 내가 모르는 어떤 은어나 암호인지 궁금해서 오전 내내 검색만 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살아 있는 두쫀쿠’가 있다는 말은 없었다. 유튜브에서 두쫀쿠 영상만 3시간 넘게 본 덕분에 나 같이 유행에 둔감한 사람이 두쫀쿠와 친해졌다. 두쫀쿠에는 마시멜로, 카다이프, 탈지분유, 코코아 파우더, 화이트초콜릿, 무염 버터가 들어간다. 어떤 사람은 마시멜로가 두꺼워서 더 쫀득한 두쫀쿠를 좋아하고 어떤 사람은 피스타치오 페이스트가 왕창 들어가서 더 고소한 두쫀쿠를 좋아한다. 마시멜로는 중국산보다 필리핀산이 더 쫀득하고 맛있다. 두쫀쿠는 두바이가 아닌 코리안 디저트다...

나는 지난 일주일 동안 두쫀쿠 오픈런을 하고 두쫀쿠남이 사는 빌라 근처를 서성였다. 두쫀쿠는 왜 이 정도까지 유행할까? 두쫀쿠는 왜 이렇게 발음이 찰질까? 질문은 그치지 않는다. 오늘도 대한민국에서만 수만 개의 두쫀쿠가 탄생한다. 그중 하나에 영혼이 깃든다는 것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분명 두쫀쿠에는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소설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