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아낀다면 차에서 보내는 시간부터 줄여보자

꽉 막힌 도로 위 차에 갇혀 있는 시간은 영혼을 파쇄한다. 좋아하는 노래나 팟캐스트로 귓구멍을 막아도 아무런 소용이 없다. 신호가 바뀌길, 옆 차가 끼어들지 않길, 차선 좀 바꿀 수 있게 멈춰주길. “제발 제발” 빌어도 차에서 보내는 시간은 짧아지지 않는다.

효율쟁이 인간들은 나무를 베어 도로를 만들고, 빚을 내서 마이카를 샀다. 그렇게 수많은 인간이 이동할 때만큼은 본인 몸뚱이보다 10배는 더 큰 기계를 가지고 다니게 되었다. 이 로봇이 뭐길래, 애지중지하며 조금이라도 긁히면 싸움이 나고, 더 있어 보이는 로고를 위해 삶을 바치겠다고 다짐하기도 한다.

움직이지 못할 만큼 아파서 죽음을 기다릴 때, 드디어 내 삶의 반경이 손안에 들어올 듯 작아 보일 때, 머릿속으로는 “내가 차에서 보낸 시간이 대체 몇 시간이냐”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을 것이다. 산수를 마치면 앞사람을 불러서 말해줘야겠다. “다행이지. 그나마 난 집 근처 식당, 카페, 도서관, 공원을 마음에 품고 살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