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uk Kang

그냥 쓰고 그냥 발행합니다

<2026년 10월 작은배 월간 보고서>에 담긴 편지입니다.


안녕하세요. 강단입니다.

"아기 키우느라 많이 힘드시죠?"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아뇨!"라고 답하고 있습니다. 아기를 돌보면서 글을 쓰고, 팟캐스트를 편집하고, 모임을 준비하느라 정신없는 건 맞습니다. 그래도 꽉 찬 하루를 보내고 '오늘도 해냈다'라고 생각하면 피곤함보다 뿌듯함이 큽니다.

돌이켜보면 아빠가 되기 전, 특히 퇴사하고 제주로 내려온 뒤 몇 년간은 시간이 너무 많아서 문제였습니다. 시간이 많다 보니 코딩 공부를 할까, 대학원에 갈까, 에세이를 쓸까, 소설을 쓸까 고민만 하는 날이 참 많았습니다. 세상에 보탬이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하지? 내가 글로 하고 싶은 말이 정말 의미가 있나? 나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뭘까? 사라진 물건을 찾느라 온 집안을 뒤지듯, 손에 잡히지 않는 소명을 찾아 헤매다 보면 어느새 하루가 다 갔습니다.

하루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요즘,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당장 기저귀를 갈고 엉덩이를 씻기고 이유식을 먹이고 낮잠을 재워야 하는데 삶의 의미를 고민할 여유가 없어요. 시간이 없다 보니 이것저것 시도하기보다는 읽고 쓰는 일에 집중하자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얼마 전 소신이 말했습니다. "민석이가 언제 가장 활기찼는지 알아? 식당 하던 때 퇴근하고 매일 블로그에 글 발행하던 시절 있잖아. 그때 민석이가 에너지가 가장 넘쳤어." 생각해 보면 그때도 피곤했지만 밤마다 마음이 벅차올랐습니다. 빨리 내 안에 빛나고 있는 무언가를 꺼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그 생각에 하루 종일 들떠 있었고, 퇴근하면 곧장 글을 썼습니다.

며칠 전부터 개인 블로그에 매일 한 편씩 글을 발행하고 있습니다. 저녁 7시가 넘어 아기가 잠들면 그제야 컴퓨터 앞에 앉아 첫 문장을 씁니다. 다음 날에도 활기 있게 하루를 보내려면 밤 10시 전에는 잠자리에 들어야 하니 글을 쓸 수 있는 시간은 길어야 세 시간입니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요가를 가는 날이면 더 일찍 자야 하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머릿속은 오히려 맑습니다. 그냥 쓰고 그냥 발행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만 하던 때보다 매일 글을 쓰는 지금이 즐겁습니다.

#한국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