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suk Kang

두 동강 난 안경

나에게는 아빠에게 물려받은 안경이 세 개나 있다. 하나는 독일산, 두 개는 일본산이다. 티타늄이나 메탈이라 가볍지만 쓰고 나가면 “오늘따라 아저씨처럼 보이네요”라는 말을 듣기 딱 좋은 디자인이다. 여건만 된다면 셋 다 렌즈를 바꿔서 쓰고 싶었지만, 렌즈값이 만만치 않기에 2년 전쯤 일본 안경 하나에 렌즈를 맞췄다.

“아버님이 좋은 안경을 쓰셨네요. 코받침도 바꿔드릴까요?” 안경사가 말했다. “네, 바꿔주세요.” 나는 별다른 고민 없이 대답했지만 잠시 후 안경에 달린 새하얀 코받침을 보자마자 아차 싶었다. “요즘에는 빈티지다 뭐다 해서 코받침 바꾸지 말라고 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안경사는 이해가 안 된다는 듯 이야기했지만, 나는 노랗게 변색됐던 코받침을 벌써 그리워하고 있었다. 아빠의 코에도 닿았을 그 코받침을 왜 아무 생각 없이 바꾸겠다고 말했을까. 아직도 그때의 나를 원망한다.

렌즈를 맞춘 후 나는 아빠의 안경을 쓰고 다녔다. 누군가 ‘긱시크 안경’이니 ‘아재 안경’이니 말하면 아빠에게 물려받은 안경이라고 답하며 웃었다. 아빠의 옛 사진을 찾아볼 때면 같은 안경을 쓰고 있는지 확대해 봤고, 같은 모델을 살 수 있는지 검색해 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태까지 아빠가 이 안경을 쓰고 있는 사진은 찾지 못했다. 아무리 찾아봐도 안경다리에 적힌 ‘Di dot Flex’라는 브랜드에 관한 정보는 2007년에 나온 홍보용 기사 말고는 없었다. 내 생각에 아빠는 이 안경이 서랍 안에 있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아빠는 안경 쓰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안경을 쓰지 않아도 운전이 가능할 정도로 시력이 괜찮다는 점도 한몫했지만, 안경을 쓰지 않아야 인상이 더 좋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도 운전할 때는 안경 쓰고 다녀요”라는 내 말을 가볍게 무시했던 아빠는 안경다리 하나만 보이게 재킷 앞주머니에 꽂아두고 살았다. 내가 스무 살이 됐을 때 라식을 권유했던 아빠는 내가 안경을 벗고 다녀야 더 멋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했다.

오늘도 그 안경을 쓰고 밖에 나갔다 왔다. 항상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안경닦이를 꺼내 렌즈를 닦고 있는데 갑자기 안경이 똑 하고 두 동강 났다. 두 렌즈를 이어주는 부분이 끊어져서 하나의 안경이 두 개가 되어버린 것만 같았다. 복구가 어려울 것이 뻔해서 버려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고칠 수 있는지 알아보라며 아내가 휴지통으로 가는 나를 말렸다. 그렇게 두 동강 난 안경은 지금 내 책상 위에서 쉬고 있다. 그래봤자 고작 안경이다. 아마도 내일이면 이 안경을 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남은 두 개의 안경 중 하나를 꺼내 다시 렌즈를 맞추러 갈 것이다. 이번에는 코받침을 바꾸지 않고 그대로 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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