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미래 보장, 관중이 아닌 사업

Ju/‘hoansi(남아프리카에 거주하는 한 부족)와 같은 수렵채집인들은 굶주림에 허덕이며 살지 않았다. 오히려 대부분의 농경 사회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았고, 좋은 건강 상태를 유지했으며, 일주일에 15시간 이상 일하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휴식과 여가에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또한 일상에서 음식을 저장하거나 부와 지위를 높이는 데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에 오로지 단기적인 물질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서 일했다.

수렵채집인들의 삶은 결핍에 대한 집착 대신 풍요로울 거라는 믿음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30만 년 역사 중 95% 이상을 수렵과 채집을 하며 살았던 호모 사피엔스를 보자면 인간이 본능적으로 결핍을 문제 삼으며 일하는 사고방식이 농업 사회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수렵채집인들보다 더 노동을 중대시할까? 대체 왜 전례 없이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는 인간은 여전히 결핍에 사로잡혀 있을까?

미래 보장

이 책은 점점 기계들에 의해 그리고 기계들을 위해 변화하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사는 방법을 논한다. 코딩을 배우고, 삶을 최적화하며, 비효율적인 요소를 모조리 제거하라는 것이 아니다. 인공지능과 자동화의 시대에서 행복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기 위해서는 기계와 정면 대결하는 것 대신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능력을 키우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자동화는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기술적 발전이 빠르게 이동하는 기차와 같아서 타던지 치이던지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오랜 기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었지만 사실 이러한 주장은 틀렸다. 마음속 깊은 곳부터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두 막대기를 비비며 불을 지폈던 바로 그 순간부터 기술적 변화를 인간의 욕망으로 인해 추진되어 왔다는 걸. 인쇄기, 증기 기관, 소셜 미디어는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인간은 제품을 디자인하고 이를 위한 법과 기준을 설립했으며, 기술이 누구의 이익을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결정했다. 혁신은 절대적 현상이 아니다. 이전 세대들은 핵무기, 석면 단열재, 납 페인트와 같이 해로운 도구들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싸웠고, 이러한 노력은 모두 기술적 발전으로 받아들여졌다.

AI가 인간 사회를 갈라놓을 거라 쉽게 예측하는 것처럼 AI가 어떻게 우리를 뭉치게 할지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술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학습하게 할 수도 있고 강점과 한계를 발견하게 할 수도 있다. 또한 새롭고 창의적인 방법으로 일하는 방법을 고안하는 과정에서 정신력과 창의력을 더 강하게 만들기도 한다. 인간이 직면하고 있는 거대한 문제들을 해결하는 과정에 AI와 자동화 기술은 분명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중요한 건 긍정적 결과가 인간의 개입 없이는 일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는 점잖게 구경하는 스포츠 경기가 아니다. 인공 지능을 억만장자나 로봇 개발자들 손에 온전히 맡길 수는 없다.

Insights

고독에 관하여

15년 전 처음으로 아무런 기계 없이 홀로 시간을 보냈다. 수백 번 같은 경험을 마치고 난 지금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만약 과거로 돌아가 젊은 나에게 조언을 줄 수 있다면 한 달에 한두 번의 토요일에는 꼭 아무런 기계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기계 없이’ 그리고 ‘혼자’가 핵심이다).

관중이 아닌 사업

더 높은 수준의 대화를 불러일으키며 친해지길 원했던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정도로 가치 있는 콘텐츠는 결코 수월하게 만들어질 수 없다. 복잡한 편집 과정이 아닌 글쓰기 자체가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리기’ 버튼을 누르기 전에 조금이라도 겁이 날 때 내가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다는 걸 알 수 있다.

P.S. 스즈키 이치로의 ‘매일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