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쩐지 익숙하다 했지

“어쩐지 익숙하다 했지. 내가 말했잖아? 저 사람 인플루언서라니까. 팔로워 장난 아니야. 너 얼른 가서 아는 척해 봐.”

시발, 제주도 시골까지 왔는데… 민정은 어깨 너머로 들려오는 소리를 다 듣고 있었다. 조용하다고 해서 찾아온 커피숍 구석에서는 월광 소나타가 흘러나왔다. 산미가 좋다길래 시켜본 따뜻한 에티오피아산 커피는 아직 반이나 남아 있었다.

창밖으로는 커다란 소나무로 가득 찬 오름이 보였다. 등산로가 따로 보이지 않는, 사람 발자국이 없을 그런 오름. 민정은 거센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을 통나무를 바라보다가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사장님이 말했던 ‘적당히 은은한 시나몬 향’이 입안을 스치고 지나갔다.

저 멀리 귤밭에서는 족히 스무 명은 될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여기 보세요!” 한 아빠가 어린 딸에게 크게 외쳤다. 각자의 세상이 콩알만 한 카메라 렌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보여지기 위해 0과 1로 변환되는 순간들…

“야, 쟤 왜 제주도까지 혼자 왔대? 알고 보니까 친구 없는 거 아니야? 야, 너 가서 물어봐. 친구 없냐고.”

민정은 뒤를 돌아 미소 지었다. 주섬주섬. 의자에 매달린 가방 안에서 에어팟을 꺼내 월광 소나타를 틀었다. 일어나서 공항에 가야 할 시간이 됐다. 커피와 함께 주문했던 사브레 쿠키는 조그만 일본풍 접시에 그대로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