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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있는 고통

내가 살고 싶은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면 머릿속이 복잡하고 가슴은 답답했다. 초등학생 시절 내 장래희망은 의사였다. 8살 아이에게 의사는 ‘행복한 부자’처럼 보였고, 어른들이 말하는 훌륭한 삶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그 이후 20년간 수많은 장래희망을 거쳤고, 회사원이 되어서도 진로 고민은 멈추지 않았다. 내가 뛰어나게 잘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일은 무엇일까?

회사를 마지막으로 그만뒀을 때, 나는 일과 일상의 경계가 사라질 만큼 사랑할 수 있는 일을 찾고 싶었다. 나에게 찰떡같이 맞는 일이 어딘가에 숨겨져 있기를 소망했다. 어렸을 적 꿈꿨던 의사라는 직업처럼 내 삶의 의미를 완성할 직업이 있을 거라 믿었다. 그래서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가진 특징을 분석했고, 책을 읽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정의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비건 샌드위치샵 창업을 결심했을 때, 이 일이 내가 찾던 열쇠라는 확신이 들었다. 들뜬 마음에 가게 사장으로 얻게 될 영광을 상상했다. 손님으로 가득 찬 가게, 연예인도 오가는 맛집, 잡지에 실린 내 얼굴. 앞으로 겪을 시간이 힘들 거라 예상은 했지만 주인이 되는 일을 한다면 얻게 될 기쁨에 대한 기대가 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가게를 준비하는 과정은 마냥 유쾌하지 않았다. 제빵을 독학하는 건 생각보다 어려웠고, 아무런 보장 없이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게 무모하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어느 날은 슬쩍 채용 공고를 살펴보기도 하고, 그만둘까 진지한 고민에 빠지기도 했다. 우당탕 매일 조금씩 발전하고 있지만, 지금도 불안함은 언제나 나와 함께 한다.

‘사랑할 수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고민했던 적이 있던가? 돌이켜보면 과거의 순진했던 나는 좋아할 수 있는 일을 찾는 데 집착했다. 딱 맞는 직업을 찾으면 삶의 의미를 찾고 고통이 줄어들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사람은 가시밭길을 마주할 수밖에 없다. 지독한 불안함과 지루함을 무릅쓰고 선택한 길에 머무는 끈기야말로 길을 잃었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가치였다.

지루한 기본을 지키는 뚝심이 가장 중요하다는 걸 깨닫고 있다. 바닥을 쓸고, 설거지하고, 기름때를 닦으며, 변기를 뚫고, 칼을 가는 일. 같은 일을 반복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묻는다. 10년이 지나도 이 일을 즐길 수 있는가?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도 기본을 지킬 수 있는가? 그래야만 작지만 오래가는 가게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다.

앞으로 치지레이지가 얻게 될 영광이 무엇일지는 중요하지 않다.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끈기를 잃지 않고,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도 지루한 기본을 지키는 자세. 다가올 고통을 진심으로 환영하며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