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퍼스널 브랜딩은 필수일까?

아티스트에게 퍼스널 브랜딩은 필수일까? 두 가지 주장을 할 수 있다.

  1. 그렇다. 마케팅 없이 예술로만 수익을 기대할 수는 없다. 많은 인플루언서나 연예인이 책 한 권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콘텐츠가 무한 난무하는 시대에 예술가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든 틱톡, 유튜브, 인스타그램, X, 쓰레드에서 돋보여야 한다.
  2. 아니다. 아티스트는 알고리즘에 굴복하는 대신 솔직한 작품을 만드는 데 집중해야 한다. ‘좋아요’와 ‘팔로워’이 예술에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될 수는 없다. 유명세를 쫓는 싸움은 예술가에게 독이 될 수밖에 없다.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갈팡질팡 이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팔로워 많은 작가가 계약을 따내는 것이 현실이라는데, 나는 이대로 살아도 될까? 매일 같이 몇 명이 내 글을 읽었나 확인하다 지쳐버릴까 두렵다. 그저 책 읽고 글 쓰는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 건 욕심이자 도피일까?

전 세계 사람들 사이에 껴서 관심을 얻고자 경쟁하는 대신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아 솔직한 관계를 맺고 싶었다. 그래서 Are.na, Mirco.blog, Sublime과 같은 구독형 소셜 미디어에 가입해서 활동했다. 사용자의 데이터를 수익화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는 대형 플랫폼과 다르게, 기술로 사람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끈끈한 커뮤니티. 이러한 서비스들이 담고 있는 철학은 ‘인간다운 웹’을 바라던 나에게 큰 영감을 줬다. 하지만 이토록 세심하게 설계된 플랫폼에서도 평화를 얻기는 쉽지 않았다. ‘좋아요’와 ‘팔로워’가 없는 공간에서 조차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은 내 욕구는 그대로였다.

결국 난 소셜미디어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내 블로그를 위한 창작에 집중하기로 결심했다. 짧은 포스트 대신 에세이나 단편만 써보는 걸로. 한 달 전 구독했던 블로그 애널리틱스(분석 도구)도 꺼버렸다. 곁눈질로 데이터를 주시하며 글 쓰는 일은 피하고 싶었다. 어찌 보면 내 새로운 전략은 단순하다. 쓰고 발행하는 과정을 줄곧 반복하기, 글쓰기에 자신이 생길 때까지 멈추지 않기. 이 두 가지가 전부다. 여기저기 반짝거리는 플랫폼으로 이사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는 건 멈추기로 했다.

내 소셜미디어는 RSS 피드 리더기가 대체한다. 여태껏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는 전부 블로그를 통해 만났다. 누군가의 글을 읽는 것이 한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다. 다른 블로그에 들어가 글을 읽고, 작가와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진심으로 가까워지는 순간이 참 좋다.

나는 팔로워가 아닌 친구를 만들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나를 상품화하거나 퍼스널 브랜딩하지 않을 것이다. 내 글을 어떻게 팔아야 할지 벌써부터 고민하고 싶지 않다. 아직은 연습에 몰두할 때가 아닐까. 소셜 미디어를 그리워할 것도 없다. 언제나 내 곁에는 책과 블로그가 있다.

글쓰기에 취해야 현실이 파멸하는 걸 막을 수 있다. - Ray Bradbu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