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조금은 진지한) 부모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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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진지한) 부모님 인터뷰를 만든 이유는 간단하다. 내가 부모님에 대해 정말 모르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두 분 다 60대를 넘어가고 있지만 전화를 할 때면 ‘별일 없다’라는 말만 하는 것 같고 식사를 할 때면 ‘맛있다’는 말만 반복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됐다.

두 분이 60년가량 살면서 어떤 순간에 울고 웃었는지. 후회하는 선택이 있는지. 힘듦을 어떻게 이겨냈는지. 난 전혀 모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지혜는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폴 그레이엄(Paul Graham)은 에세이 ‘Life is Short’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전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걸 후회한다. 또한 어머니가 “언제나 곁에 조용히 계실 거라는 환상” 때문에 많은 이들이 비슷한 실수를 한다고 말한다.

사실 나도 같은 실수를 하고 있다. 두 분이 언제나 김치를 보내주려 하고 명언이 담긴 카톡을 보내줄 거라 착각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기계적으로 내뱉어도 깊은 대화는 멈춘 지 꽤 됐다.

그레이엄은 “가장 하고 싶거나 소중한 것에 대해서는 조바심을 가져야 한다”라고 말한다. 쓰고 싶은 책, 하고 싶은 공부, 오르고 싶은 산이 있다면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그가 말하듯 인생이 정말 짧다.

몇 년 전 부모님에 관한 다큐멘터리나 책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모르는 부분이 많은 것 같아 늦기 전에 기록해둬야겠다는 불안감이 들었던 적도 있다. 하지만 환상만 가졌지 행동으로 옮기지는 않았다.

늦었지만 부모님에 대해 더 잘 알아볼 수 있도록 실행하려 한다. 직접 만나 뜬금없이 진지한 질문을 던지면 어색할 것 같아 일단 설문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에 설문지를 공개한다.

질문 리스트는 다음과 같다:

  1. 지금 당장 떠날 수 있다면 어디로 가고 싶나요?
  2. 과거로 돌아가 새로운 직업을 선택할 수 있다면?
  3.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4. 살면서 가장 슬펐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5. 가장 후회되는 결정이나 순간이 있나요?
  6. 어릴 적 가졌던 꿈은 무엇인가요?
  7. 당신이 생각하는 ‘성공’은 무엇인가요?
  8. 공부, 육아, 일, 사람 때문에 상처 받고 힘들 때 당신은 어떻게 했나요?
  9.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자신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10. 삶의 마지막 순간이라면, 딸 혹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