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나발 라비칸트 - 현명함

현명한 인간은 멀리 보며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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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rd choices, easy life. Easy Choices, hard life. Jerzy Gregorek

단기적인 고통은 피하고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한다. 계획했던 운동 대신 잠을 더 자고 가장 먼저 받아주는 회사에서 일하기로 결정한다. 마음이 편해지는 것 같지만 거꾸로 인생은 어려워져만 간다. 이런 결정이 과연 현명한가? 라비칸트는 현명함을 “행동의 장기적 결과를 아는 것”이라 정의한다.

몸, 정신, 지식은 모두 단련을 통해 강해진다. 뇌가 고통을 피하려 들 때 초점을 수확할 가치에 다시 맞춘다면 삶은 수월해지기 시작한다.

라비칸트는 ‘해야 한다’(should)라는 말을 싫어한다. 스스로 생산성을 점검하며 점수를 매기는 것 또한 거부한다. 학생은 공부를 해야 하고 졸업하면 취업을 해야 하며 그 다음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야 한다는 공식은 여기저기 타투처럼 새겨져있다. 하지만 라비칸트가 강조하듯 “인생은 일인용 게임이지 멀티 플레이어 게임이 아니다.”

죽음을 앞두고 ‘내 인생은 그저 유행과 기준에 휩쓸려 지나갔구나’ 한탄하고 싶지 않다면 더욱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

환경

나발 라비칸트는 “목표를 끄적이며 불안에 떨지 마라”고 조언한다. 대신 그는 개인을 흥하게 하는 환경 조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경제학자 대니얼 카너만(Daniel Kahneman)이 말하듯 내일 오후 비 온다는 예보가 있다면 노트에 ‘우산 챙기기’를 적는 것보다 문고리에 우산을 걸어두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른 인생을 보며 체크 리스트를 베낀다면 진정성 있는 삶에서 멀어지게 되고 고유 지식을 키울 기회조차 잃게 된다. 나를 위한 환경을 남이 만들어 줄 수는 없다. 다이어트를 한다면 배달앱을 지워야 하고, 평화로운 마음을 원한다면 집부터 청소해야 한다. 현명한 사람은 목표를 위해 환경부터 정리한다.

주변 사람, 사는 동네, 먹는 음식, 쓰는 제품, 익숙한 습관. 이 모든 요소가 나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알아야만 삶의 진정한 주인으로 거듭날 수 있다.

독서

미디어는 모든 문제를 당신의 문제로 만드는 걸 목표로 한다. Naval Ravikant

쏟아지는 뉴스를 읽다 보면 대중적인 시각에 익숙해진다. 베네딕트 앤더슨이 말한 “상상의 공동체”와 같다. 마치 세상 모든 문제에 관여해야 할 것 같고 불평등한 사회에 화가 치밀어 오를 때도 있다. 배움을 찾아 뉴스를 읽지만 지식은 얕아져만 가는 것이다.

라비칸트는 매일 한두 시간 정도 책을 읽는데 “이와 같은 습관을 지닌 사람은 .0001%정도밖에 안 될 거라” 주장한다. 또한 책을 읽는 습관만으로 경제적 그리고 지적 풍요로움을 이룰 수 있다고 말한다.

책이 좋다는 건 진부하다. 라비칸트는 학교를 벗어나도 독서를 숙제로 접근하는 사람이 많다고 말한다. 독서에 흥미를 느끼기 위해서는 우선 진심으로 흥미를 느끼는 주제를 고르고 읽기 시작해야 한다. 내가 사서 읽는 책은 시험 문제집이 아니다. 무조건 끝까지 읽어서 내일 있을 논문이나 시험 준비를 할 필요도 없다. 인스타그램 보듯이 내 마음이 원하는 만큼 재밌게 읽기만 하면 된다.

어떤 글을 읽어야 하는지 또한 중요하다. 라비칸트는 뉴스를 무시하고 위대한 수학, 과학, 철학자가 쓴 책을 읽으라” 조언한다. 찰스 다윈, 리처드 파인먼, 애덤 스미스와 같은 ‘거인’들이 나눈 지식의 기반에 서 있을 수만 있다면 어떤 책이든 두려움 없이 읽기 시작할 수 있다.

인생을 짧고 시간은 소중하다. 내가 섭취하는 정보가 정말 유용한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생각 모델

독서와 함께 판단력을 키우고 싶다면 생각 모델(mental models)을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대표적으로 라비칸트는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problem)를 소개한다.

창업가는 어떤 정책을 적용하면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일할까 고민한다. 왜냐면 근본적으로 오너와 직원의 인센티브는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가족이 운영하는 식당은 잘 되는 경우가 많다. 왜냐면 직원 모두 대리인이 아닌 주인으로서 일에 임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인-대리인 문제를 사회 곳곳에 적용한다면 타인의 인센티브를 이해한 상태로 사고할 수 있다.

또 다른 생각 모델로는 반전 접근법(inversion approach)이 있다. 예를 들어 학교에서 전공을 정하는 것이 고민이라면 ‘어떤 학문이 가장 잘 맞지?’ 대신 ‘어떤 학문이 잘 안 맞지?’로 접근하여 사고할 수 있다.

비슷한 개념으로 테니스 경기를 보면 자책점(unforced error)이라는 용어가 있다. 프로 선수도 기본적인 서브나 스트로크 실수로 인해 점수를 내주기 때문이다. 인생에서 자책점을 줄이고 싶다면 뻔하게 보이는 부정적인 습관이나 환경부터 배제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외에도 복리법(compound interest)이나 검은 백조(black swans) 등 다양한 개념을 이해하고 이용한다면 사고력은 더 강해진다.

현명한 인간

인간은 사회적, 감정적 동물이다. 회사 동기가 자기 개발 수업을 듣는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날 저녁 비슷한 수업을 결제했다면? 주식 투자가 유행이니 증권계좌를 만들고 특정 주식이 오를 거라는 영감을 뉴스나 커뮤니티에서 얻는다면? 현명한 사람이라 할 수 있을까.

라비칸트가 정의하는 현명한 인간은 본능에 의사결정을 맡기지 않는다. 스스로 정한 장기적 목표를 위해 환경을 정리하고, 독서에 시간을 투자하며, 생각 모델을 활용하는 사람이야말로 인생을 편리하게 살아가는 진정한 승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