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설명해야 하는 시간이 아깝다
한 단어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을 하고 있다. 작가라고 해야 할까, 창작자라고 해야 할까. 알쏭달쏭. 나도 모르겠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무슨 일을 하는지 설명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아무도 나에게 어떤 학교를 다니는지, 어떤 공부를 하는지 물어보지 않는다. 그저 뭘 하며 먹고 사는지 질문을 주고받다 보면 대화가 끝난다.
“글 쓰고 팟캐스트하고 모임도 열어요.” “어떤 글? 팟캐스트 이름은? 모임은?” 물음표 세례를 받다 보면 슬슬 지치기 시작한다. 그래도 답은 해야지. 내 일을 영차영차 설명하다 보면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기어나오면서, 이런 대화에 더 이상 시간 낭비하지 않으리라는 굳은 다짐까지 하게 된다.
일을 주제로 하는 대화가 싫은 건 아니다. 일 이야기를 심각하게 좋아한다. 오죽하면 인터뷰하는 팟캐스트까지 할까. 그저 내 일에 관심 없는 사람에게 구구절절 시간 때우기 용으로 나를 설명하고 싶지 않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