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2주간 매일 모닝페이지를 썼다

25년이 넘도록 내 타자기 앞에는 “생각하지 마!”라고 쓰인 종이가 붙어 있었다. 작가는 타자기 앞에서 절대 생각하면 안 된다. 대신 떠오르는 감정을 느껴야 한다. 생각에 빠지면 온갖 이유를 대며 거짓말하게 된다. 창의적인 사람은 스스로를 놀라게 하기 위해 일한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거짓 없이 진실만을 말하기 위해 노력한다. - Ray Bradbury

2주간 매일 모닝페이지를 썼다.

내가 모닝페이지를 쓰는 방식은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 노트북을 키고 뭐가 됐든 떠오르는 대로 와다다 적는다.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으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라고 쓴다. ‘이만하면 됐다’고 멈추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보통 2~30분이 걸린다.1

모닝페이지를 써야겠다고 다짐한 이유는 단순하다. 어른이 되면 창작 의지를 잃는다는 말이 싫었다. 마음속 숨어있는 어린이에게 ‘쉿’ 대신 ‘엄지척’을 주는 사람이 진정한 어른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수록 더 도전적으로 창작하고 싶기에. 벤자민 버튼처럼 흐름을 제대로 거스르려면 검열 없이 생각을 토해내는 습관이 필요할 것 같았다.

사회에 별난 요소가 얼마나 많은지는 해당 사회에 천재성, 정신적 활기, 도덕적 용기가 얼마나 많은지와 비례한다. 별나고 싶은 사람이 별로 없다는 사실은 이 시대가 마주하고 있는 큰 위험 요소다. - John Stuart Mill

모닝페이지를 쓴다고 해서 하루가 창작을 위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는 건 아니다. 여전히 하나에 집중하기 어렵고,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기도 한다. 그래도 ‘될 대로 되라’ 대충 쓴 모닝페이지를 다시 읽어보면 꽤 재밌다. 문법이 틀려도, 단어 선택이 유별나도, 솔직함이 드러나서 매력적이다. 힘을 뺀 스윙에 공이 더 멀리 나가듯. 쓱쓱 비빈 간장밥이 제일 맛있듯. 어쩌면 글 역시 휘갈겨야 제맛일 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모닝페이지는 쭉 쓸 예정이다. 의식의 흐름대로 쓰는 매일의 루틴이 당장 내 창의력을 씽크빅마냥 쑥쑥 키우리라 기대하지는 않는다. 그저 멋진 척 없이 진실을 말하며 살고 싶고, 모닝페이지를 통해 나 자신을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서 관찰하며 이해하고 싶다.

혹시라도 궁금해할 사람이 있을 수 있기에 이번 주 내 모닝페이지에서 몇몇 문장을 있는 그대로 가져왔다. 영어와 한국어 짬뽕으로 썼고, 맞춤법은 신경 쓰지 않았다. 앞으로는 공유할 일이 없을 것 같다. ‘공유해야지~’ 라는 마음이 조금이라도 들면 모닝페이지 정신의 근간이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월요일

  • My wish is to be a great creator, teacher, and friend.
  • I’m using this tool called MarkEdit. It’s super fast. Crisp and simple. I’m thinking of using this to write for my blog posts in the future. The details of design matter right? Some apps just feel right. Feel like a breath of fresh air. Tastes like freedom almost. Why is that? Are we making a brand that makes people feel that way? ‘Damn these guys are doing

화요일

  • Do I need a purpose to wake up and jumpstart the day? Maybe. I do have tons of things I want to do, but they don’t feel urgent right now. Maybe that’s a problem. Maybe… Who knows?
  • I think in two languages. No, I mostly think in Korean. Maybe it’s because I mostly speak in Korean. It’s weird. I consume information in English, and I’m even writing this journal in English. But I’m surrounded by people speaking Korean.
  • So, what is creativity? What should I read about creativity? Originality may mean authenticity. Let’s dig into a bunch of interviews and see how other artists answer this question. What is creativity and how do they develop this skill? That’s really an interesting topic. Because creativity is definitely not about talent. It’s about constant work. Workworkwork. Just work tirelessly.

수요일

My Input and Output Current input: Books. Blogs. Conversations with wife, mom, and a few friends. Podcasts. TV shows and movies. News. Social media. Current output: Writings (newsletter, blog posts, and a book). Podcast. Workshops and meetings.

목요일

  • PIKA가 런칭했다. 퍼스널블로깅플랫폼이 많아지고 있다. 서로 뭐가 다를까 싶어도 놀랍게도 다른 매력이 있다. 기능이 아니라 보여지는 디자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는다. 우리는 어떤 디자인을 내세우고 있는가. 충분히 매력있나? 딱 봤을 때, 아 저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고 싶다고 느낄 수 있나.
  • 창의적이다는 말은 사람 혹은 제품에 쓰인다. 새롭거나 쓰임이 있거나. 둘 중에 뭔가가 있어야 한다. 새롭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완전히 새로운 발명이거나 아니면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창의적인 사람에 대하여 이야기 해보자. 창의적인 사람은 평범함에서 비범함을 발견한다. 봉준호는 창의적이다. 상상을 잘해서가 아니라 상상을 현실로 만들기 때문에 창의적이다. 나도 가끔 상상을 한다. 만약 외계인이 넘어와 인간을 지배한다면 어떻게 될까. 하루 아침에 피라미드 맨 위에서 바닥으로 내려오는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 야 그 주제로 영화를 만들어봐, 소설을 써봐, 뭐라도 해봐는 할 수 있지만 실제로 스토리를 짜서 세상에 내놓고 감동을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나. 그것이 창의성에 핵심이 아닐까. 하나에 집착한다. 그리고 이뤄낸다. 그것이 아마 창의성의 근본이다.
  • 일주일 간 창의적인 사람이 되고자 노력했다. 이상하게 들리는 말이다. 창의성을 인공적으로 만들 수나 있을까. 어찌됐든 한번 발악했다.
  • 나는 어떤 사람을 창의적인 사람으로 바라볼까. 나는 어떤 물건을 봤을 때 창의적이라 생각할까? 창의적인 사람을 찾기는 참 어렵다. 유행을 잘 따라가는 사람, 정해진 틀 안에서 경쟁을 잘하는 사람은 있지만 ‘아 저 사람 참 창의적이다’ 싶은 사람은 주변에 찾기 어렵다.
  • 창의적인 사람을 세상에 없던 작품을 만든다. 완전히 새로울 필요는 없지만,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놀라움이 있다. 불편하게 한다.

금요일

  • How to survive as an artist? That’s a question that we all have to answer. I can teach, I can sell books, I can maybe become a professor.
  • I should try to care more about the people in this country. Great stuff is happening, and I might just be oblivious of it. Should I move to Seoul? Maybe I should. Should I try to be more connected to Seoul? Maybe I should.
  • Solitude. Just reading books and writing books. Just books and books and books.

토요일

  • 책을 만들어보자. 내 삶에 어떤 부분이 가장 두드러지는지. 내 기억에 어떤 슬픔, 기쁨, 고통, 시련, 사랑, 미움, 화, 질투, 피로가 있었는지. 죽음을 앞둔 사람만큼 솔직할 수 있을까. 그냥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을 담아보자.
  • 나는 변화를 만들고 싶다. 그래서 창업을 하고 사람을 모은다. 개인으로서 보여주는 것. 개인으로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삶의 형태로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책을 무진장 읽는 것이 아닌 실질적 변화를 만들고 이로서 인정받는 것이다. 내가 아닌 사회를 한발짝 더 앞으로 나가게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덕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본다.

  1. Julia Cameron의 원조 모닝페이지 기법을 따르면 어떻게든 의식의 흐름대로 3페이지를 채워야 한다. 나 같은 경우 3페이지를 채워야 한다는 규칙이 모닝페이지를 숙제로 만드는 것 같아 그냥 마음 내키는 대로 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