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염, 다래끼, 발목
나-이야기-무대에서 쓴 “나의 오래된 기억”.
10살이다. 또 장염에 걸렸나 보다. 배가 조금씩 아파지기 시작한다. 또 다래끼가 생겼나 보다. 한쪽 눈이 붓기 시작한다. 또 발목을 접질렸다. 발목이 탱탱하게 굳기 시작한다.
장염
장염에 걸린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변비였던 적이 있다. 배가 아프니 ‘이번에도 장염이겠구나, 링거를 맞으러 가야지’ 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엑스레이를 찍어 보더니 내 뱃속 어딘가를 가리키며 변이 가득 차 있다고 말한다. 옆 방으로 넘어간다. 커튼을 치더니 바지를 벗고 누워 보라고 하신다. 간호사님이 신신당부하신다. 어떻게든 10분을 참아야 한다고 몇 번이나 말하신다.
“10분을 참아야 한다고? 그게 왜 중요하지? 뭘 참아야 한다는 거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알았다고 한다. 내 똥꼬에 갑자기 주사기가 꽂힌다. 이게 뭐지? 무슨 일이지? 갑자기 몸속에 물이 들어오는 느낌이 난다.
워매.
화장실에 가고 싶다. 아니, 가야 한다. 아니면 바지에 싸겠다. 황급히 화장실을 향해 뛴다.
“지금 들어가면 안 돼!” 간호사님 두 분이 화장실 문 앞을 막고 있다.
“아, 저 지금 들어가야 한다고요!”
어떻게든 비집고 통과하고 싶지만 길이 보이지 않는다. 아니, 이걸 어떻게 참냐고. 10분은 절대 불가능할 것 같고 눈물이 나올 것 같다.
“아! 좀 들어가게 해달라고요!”
화가 나기 시작한다. 그러다 한 5분쯤 지났을까. 멘토스를 넣고 흔들어 놓은 콜라와 같은 상태다. 울며 사정하는 지경에 이르자, 간호사는 길을 내준다. 그렇게 나는 변기로 돌진한다. 하… 온몸에 식은땀이 흐른다.
다래끼
까딱하면 다래끼가 났다. 아기 시절 사진을 보면 눈이 큰데, 다래끼를 너무 많이 짜서 눈이 작아졌다. 다래끼가 커지면 아빠와 함께 안과로 갔다. 다래끼를 짜는 것이 얼마나 아픈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긴장이 되었다. 아빠는 어쩔 수 없이 짜야 한다고 말했다. 나는 누워서 아빠의 손을 잡았다. 벌써 약간 울먹이고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들어오시더니 “또 왔네”라며 웃었다.
이럴 거면 작았을 때 터트렸을 것이지. 왜 작을 때는 쓸모도 없는 안약을 주다가 이제서야 난리를 치는 거야. 열을 받아서 아빠의 손을 꼭 쥐어짰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시술 도구가 눈앞에 있다. 눈물이 나면서 서러움에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아, 나 짜기 싫어요. 나 안 짠다고!”
고래고래 안과 건물 전체에 울려 퍼질 정도로 울고불고 악을 질렀다. 손님들은 모두 내 시술실 쪽을 쳐다봤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길래…
발목
나는 꼭 두 계단씩 뛰어 내려가거나, 난간을 잡고 미끄러지며 슉슉슉슉 내려갔다. 그래서인지 오른쪽과 왼쪽 발목 모두 접질리는 일이 많았다. 하루는 영어학원 건물에서 발목을 다쳤다. 4층짜리 건물이라 내려오는데, 우두둑 발목이 꺾였다. 순간 “아, 깁스하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반깁스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발에서 지독한 냄새가 났다. 그래서 나는 의사 선생님이 한 달 동안 하고 있으라고 하면 2주만 하고 풀어버렸다. 돌덩이 같은 발을 씻어내고 코를 갖다 댔다. 미묘한 악취가 났다. 붕대를 대충 감고, 집에 모시고 있던 발목 보호대를 신었다.
바닥에 발이 닿으면 찌릿했다. “윽.” 앉아서 손으로 발목을 조금씩 늘렸다. 이래도 되나 싶었는데, 그냥 조금씩 왼쪽, 오른쪽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