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아빠의 죽음

아빠는 단순한 사람이었다.

맛있는 커피나 음식을 먹으면 ‘역대급’이라며 감탄했던 사람. 택시 기사님이나 식당 사장님과 대화를 하면 ‘존경합니다’라는 말을 잊지 않았던 사람. 많은 사람을 돕고 살았다는 사실을 가장 자랑스럽게 여겼던 사람.

하나님께 감사하자며 할렐루야를 외치지만 산을 오르다 불상을 마주하면 소원을 빌었던 사람. ‘안 먹고 안 썼던’ 할머니를 기억할 때마다 그리움에 눈시울이 붉어졌던 사람. 목욕탕에 가면 언제나 아들 등을 밀어주던 사람.

한결같던 아빠는 아들의 손을 잡고 마지막 숨을 쉬었다. 지겹도록 병실에 오가던 진통제와 항생제는 어느새 사라진 후였다. 아빠의 입안 가득 발라져 있던 연고는 달콤하면서 퀴퀴한 냄새를 내뿜었다. 누워있던 아빠를 바라보며 수없이 상상했던 그날이었다.

누군가는 잊어버리라 위로하지만 아들이 아빠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그 무엇보다 자연스럽다. 앞으로 경험할 시간과 공간에 아빠는 없다. 막고 싶어도 후회와 아쉬움은 끝내 새어 나온다. 맘껏 슬퍼하며 기억하고 싶다. 내 안에 아빠가 남긴 흔적만큼은 분명 영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