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예비군 훈련의 문제점 그리고 해결책

예비군 훈련에 다녀왔다. ‘여기 있기 싫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친 300명이 하루 종일 함께 움직이는 광경은 볼 때마다 정말 가관이다. 4년차 예비군으로서 묻고 싶다. 왜 예비군은 비상식, 비효율적 훈련 프로그램에 억지로 참여하면서 고통받아야 할까? 죽기 전에 과연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군 훈련을 볼 수 있을까?

공익, 현역, 장교, 부사관 출신. 누구든 예비군 훈련만 가면 기운이 빠지고 의욕을 잃는다. 군법 교육하다 갑자기 본인 자식과 연금 자랑을 늘어놓는 교관을 보면 한숨이 튀어나오고, 20년 전 만든 것 마냥 허접한 교육 영상을 시청하면 ‘나는 누구인가’ 철학적 망상에 빠진다. 하루 영업을 통째로 포기하고 나오는 자영업자로서 유치원식 교육을 듣고 있자면 절망스러운 게 사실이다.

예비군 훈련이 왜 ‘군인 체험’마냥 엉성하게 짜여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 다 큰 성인을 왜 어린이 취급 하는가. 예비군에게 필요한 건 훈련이 아닌 평가다. 만약 미리 공부하고 연습해 온 예비군에게 훈련 대신 평가 기회를 주고 통과하면 즉시 퇴소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꾼다면? 예비군 전투력은 24시간 이내 2배로 오를 수밖에 없다. 장담하지만 조기 퇴소가 걸려 있다면 인생이 걸린 듯 화생방, 포복, 사격 공부할 사람이 바로 대한민국 예비군이다.

불참할 시 고발하겠다는 협박 때문에 가는 훈련에 어떻게 배움이 있을 수 있나. 훈련장에 가지 않아도 웬만한 훈련은 집에서도 연습할 수 있다. 나라에 2년을 바친 청년에게 더 이상 시간 때우기를 강요하지 말자. 각자 알아서 연습하고 훈련장을 찾아오도록 격려하고 충분히 준비한 예비군에게 자유를 선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