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성장하는 삶

변화는 선택이다

성찰하지 않는 삶은 살 가치가 없다. Socrates

중학생이었을 때 나는 모르는 사람 앞에 서는 걸 무서워했다. 이유는 복잡했다. 중국에서 유학하고 있지만 중국어를 잘 못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고, 나를 모른 체 하는 초등학교 친구들을 보면 외롭기도 했다.

우울한 상태에 중독되고 나니 사람들에게 생각을 표현하는 게 두려워졌다. 수업에서 발표할 때면 심장이 터질 듯 뛰었고, 5초에 한 번씩 목이 메었다. 하고 싶은 질문이 있어도 한 시간 내내 머릿속으로 리허설할 뿐 끝내 손을 들지 못했다.

이런 나를 바꾼 건 대학생 때 듣게 된 문학 수업이었다. 교수님이 참여와 토론을 굉장히 중요시했기에 20명 남짓한 학생들 모두 의견을 내는 것이 원칙인 수업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교수님과 따로 만나 내 소극적인 태도에 관한 대화를 하게 됐다. 나는 수업에서 말하는 걸 두려워한다 고백했고, 교수님은 자기표현이 춤추는 것과 같아서 싫어한다는 사람도 한번 ‘무대’에 오르면 신나게 즐길 수 있다며 격려했다.

평생 기억에 남을 대화가 끝나고 나는 변하기로 결심했다. 교수님의 공감 덕분에 자신감이 생겼고, 무엇보다 이제는 과거에 겪은 불안과 슬픔에서 벗어나길 바랐다.

물론 한순간에 변하지는 못했다. 여전히 수업에서 이름이 불리면 숨이 막혔고, 머리가 어지러웠다. 하지만 연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발표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부터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주저 없이 손을 들었고, 실수해도 웃으면서 넘어가는 여유를 느꼈다.

‘나는 이런 사람이야’에서 ‘나는 이렇게 변할 거야’로 사고방식을 바꾼 후에서야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성장의 의미

누구든 12개월 전 자신이 부끄럽지 않다면 배움이 충분하지 않다는 뜻이다. Alain de Botton

서른이 된 나에게 ‘성장’은 무엇을 의미할까. 여태까지 자소서에 남발했던 ‘성장하고 싶습니다’는 무슨 뜻일까. 돈, 규모, 지위로 성장을 측정하는 것이 과연 맞을까. 어제보다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최근 읽은 에서 ‘당신은 10년 전과 비교하면 얼마나 성장했나요?‘라는 뼈 때리는 질문을 봤다. 졸업, 군대, 결혼, 취업, 창업. 귀중한 경험을 했거나 하고 있지만 20살 때 나를 돌이켜 보니 크게 발전하지 못한 것도 같았다.

자신 있게 답하지 못한 이유는 내가 되고 싶은 ‘미래의 나’가 누군지 몰랐기 때문이다. 목적지를 잘 모르는 상태로 얼마나 왔는지 돌아볼 순 없다. 목표하는 성장을 정의하지 않는다면 10년 뒤에도 혼란스러울 게 뻔했다. 지금이라도 내가 진심으로 바라는 미래가 무엇인지 기록해야만 했다.

내가 꿈꾸는 ‘미래의 나’는…

  • 내가 하는 일이 세상에 도움이 된다 확신한다. 가게와 블로그를 통해 선한 영향을 끼친다.
  • 감정에 휩쓸리지 않는다. 명확하게 생각하고, 평화롭게 살아간다.

이제라도 과거를 잊고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싶다. 물론 오늘부터 달리기한다고 내일 마라톤을 뛸 수 있는 건 아니다. 어떻게 하루를 보내야 ‘미래의 나’에 가까워질 수 있을지 고민할 차례다.

습관

두 번 이상 반복되는 실수는 의식적인 선택이다. Paulo Coelho

퇴사 이후 자유를 얻고 생활 패턴을 잃었다. 늦잠을 자는 날이 많아졌고, 폰을 쥐고 시간을 때우는 일도 늘었다. 매일 아침 조깅을 하기로 했지만 3일 후 그만뒀고,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쓰자고 정했지만 3주 후에 포기했다.

나는 시키지 않으면 잘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책이나 영상에서 영감을 얻고 ‘더 열심히 살아야지’라는 마음을 먹어도 이틀 후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미래의 나’ 대신 즉각적인 만족을 기준 삼아 시간을 허비하는 데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가장 귀중한 자원이라면 어디에 에너지를 쏟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탭이 잔뜩 열린 브라우저처럼 살 수는 없다. 기계처럼 정보를 처리하며 몰두하는 건 사실 불가능하다. ‘미래의 나’로 가는 길에는 분명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나 같은 경우 먼저 4가지 습관을 정했다.

  1. 하루를 호흡과 명상으로 시작한다.

  2. 핸드폰을 쓰지 않을 때는 데이터와 와이파이를 끄고 보이지 않는 곳에 둔다.

  3. 24시간 중 16시간은 공복 상태를 유지한다.

  4. 개인 블로그에 매주, 가게 블로그에는 2주에 한 번 글을 쓴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고, 평온한 마음을 위해 매일 수련하고 싶다. 스스로 정한 규칙을 따른다면 느려도 분명 올바른 길로 갈 거라 믿는다.

성장하는 삶

모든 행동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에게 던지는 투표와 같다. James Clear

성장은 회사, 사회, MBTI가 정해둔 틀에서 벗어나 원하는 미래에 가까워지겠다는 용감한 마음부터 시작한다. 마음을 먹었다면 ‘미래의 나’는 어떤 사람인지, 시간을 어떻게 써야 할지 깊게 고민해야 한다.

변화는 능동적인 사람에게 일어난다. 세상이 나에게 맞춰줄 때까지 기다릴 수는 없다.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실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