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했는데도 고만고만합니다

앞으로 10년간 글을 쓸 것이다. 10년 후 먹고 살기 힘들다면 그때 가서 책을 쓸 것이다. 책 제목은 ‘10년간 했는데도 고만고만합니다’로. 놀랍게도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10년을 해도 고만고만했던 작가’로 활동하며 여기저기 북토크를 할 것이다. “10년간 열심히 썼어요. 모임도 열고 팟캐스트도 했죠. 10년이 넘도록 구독자 수가 고만고만했는데요. 이 책을 낸 후 고만고만하던 삶이 꽤 ‘성공한 삶’처럼 보이게 되었어요.” 이렇게 ‘희망을 주는 작가 강민석’으로 며칠간 이름을 날릴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다음 책을 어떻게 내냐는 것이다. 10년간 고만고만했던 작가인데. 본인이 고만고만하다고 말하는 책이 대표작인데 말이다. 그렇게 나는 고만고만한 작가의 삶으로 돌아가 죽을 때까지 글을 쓰게 될 것이다. 책을 몇 권 더 낼 것이고, 별점 3점과 “고만고만하네요”라는 진부한 댓글도 받을 것이다. “강 작가님은 고만고만하지 않으세요”라는 메일을 받는 날에도 글이나 쓰러 도서관에 갈 것이다. 그래야 살 수 있으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