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아빠는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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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전

수십 년간 아빠의 코안 깊숙한 곳에는 사랑니가 숨어 있었다. 숨쉬기 어려울 만큼 아빠를 힘들게 했지만 많은 의사가 이유를 모를 정도로 드문 문제였다.

아빠는 오랫동안 본인을 괴롭힌 치아를 뽑아내는 수술을 받고 나왔다. 아직 마취는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얼굴은 퉁퉁 부어 있었다. 누가 봐도 정신없는 상황이지만 나와 눈이 마주쳤을 때 아빠는 엄지를 들어 올리며 크게 웃었다.

“민석아 너어무 개운하다.”

누워있는 아빠를 보며 미소를 지었지만 곧 눈물이 맺혔다.

4년 전

군대에 있을 때 아빠 간암 수술 소식을 들었다. 심장이 멈춘 듯 놀랐지만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치 내 본능이 아빠가 암 환자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막는 것만 같았다.

긴급 휴가 신청을 마치고 최대한 빠르게 아빠를 보러 갔다. 환자복을 입고 있는 아빠의 팔은 야위어 있었다. 어릴 적 팔씨름으로 이길 수 없던 아빠가 아니었다. 언제나 내 옆을 지킬 것만 같았던 아빠가 떠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전역도 못 한 아들은 “다 잘될 거예요"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긴 수술을 마치고 나온 아빠의 목소리는 반쯤 쉬어 있었다. 온몸에 힘이 없어 보였지만 나를 보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민석아 나가서 밥 먹고 와.”

아빠는 이겨낼 것이다

초등학생 시절 아빠와 모악산에 갔을 때가 기억난다.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면 아빠는 항상 할머니들이 파는 쑥떡을 잔뜩 샀다. 그때는 다 먹지도 못할 걸 왜 사는 걸까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빠가 건네줬던 쑥떡이 너무나 그립다.

아빠는 또다시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지독한 암세포는 그 누구보다 유쾌하고 긍정적인 사람을 놓아주지 않았다. 울컥하는 마음을 숨기며 나는 “앞으로 더 좋아질 일만 남았다"라며 아빠를 위로했다.

내 결혼식에서 ‘오 솔레미오’를 열창했던 아빠는 이번에도 분명 이겨낼 것이다. “건강한 사람은 수천 가지를 원해도 아픈 사람은 단 하나만 원한다"라는 말이 있다. 지금의 나는 건강해도 빌고 싶은 소원은 하나뿐이다. 이 아들은 아직 아빠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