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식 영어 공부를 거부한다

번역 없이 공부하기: Work 모임을 준비하며 쓴 글입니다.

피 터지게 공부해서 수능 영어 1등급을 받아도, 영어로 간단한 대화조차 못 하는 사람이 부지기수다. ‘한국식 영어 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말에 공감하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이제는 바뀌어야 한다’는 말이 수십 년째 반복되지만, 대부분의 학생은 여전히 실력이 아닌 점수를 위해 쳇바퀴를 돌린다.

남이 아닌 나를 위한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면, 허세와 경쟁으로 물든 환경에서 벗어나야 한다. 영어 유치원, 국제학교, 언어 연수 프로그램. 아무리 큰돈을 써도 결국 공부는 혼자 할 수밖에 없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확실한 의지만 있다면 화려한 도움은 필요하지 않다.

공부 주도권 되찾기

노력 없이 언어를 터득할 수 있다는 문구는 속임수일 뿐이다. 한 달간 과외를 받거나 AI와 대화를 나누고서 영어에 자신감이 생겼다는 사람은 (광고 밖에서) 아직 만나보지 못했다.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했다면, 학습 주도권부터 되찾아야 한다. 누군가 나에게 숙제를 주기만을 기다릴 순 없다. 내 이력서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더라도 매일 시간을 내어 읽고, 쓰고, 말하기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부모님이 시켜서, 남들보다 잘나고 싶어서 하는 공부는 고통스러울 뿐이다. 영어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영어 공부의 첫 단계이며, 이것을 이루지 못한다면 영어 공부는 따분한 노동과 다를 것 없어진다.

나에게 있어 영어를 배워야 할 까닭은 단순하다. 인터넷 콘텐츠 중 한국어로 되어있는 것은 단 1%뿐이지만, 영어는 50%를 차지한다. 물리학, 생물학, 정치학, 경제학. 어떤 학문이든 영어를 알면 훨씬 더 깊게 파고들 수 있고, 더 많은 사람과 배움을 나눌 수 있다. 영어는 ‘평생 공부하며 살고 싶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활용도 높은 도구다.

지름길은 없다

<번역 없이 공부하기>는 ‘영어를 공부하는 모임’이 아닌, ‘영어로 공부하는 모임’이다. 시험 문제 풀듯 영어 글을 기계적으로 이해하려는 마음을 버리고, 진솔한 감정과 주장이 담긴 글에 푹 빠져서 삶에 거름이 되는 배움과 영감을 얻는 것이 목표다.

라멘 가게를 차리고 싶다면, 유명한 라멘 가게에 가서 직접 먹어보고 분석해야 한다. 영어로 읽기와 쓰기도 마찬가지다. 글을 제대로 이해하고 내 생각을 명확하게 표현하고 싶다면, 잘 쓴다고 소문난 사람들의 글부터 음미해야 한다. 어떤 부분이 좋고 어디가 이해가 안 되는지 곱씹으며 단어, 구조, 표현을 천천히 살펴봐야 한다.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이다.

<번역 없이 공부하기>에서는 순수한 마음으로 공부를 논하고 싶다. 영어 공부에 지름길은 없다. 한 걸음만 내디디면 봉우리에 오를 수 있다고 약속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영어로 글을 읽고 쓰는 과정에서 재미와 영감을 발견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공부의 진정한 의미는 숨겨진 아름다움을 찾아내는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