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대선 중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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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중독에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 눈뜨면 일단 대선 뉴스부터 찾아본다.
  • 후보의 논란과 혐의에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분노한다.
  • 불만족스러운 대선 과정을 보며 무력감을 느낀다.
  • ‘내 후보’가 당선 되도록 다른 사람을 설득해야 한다고 믿는다.
  • 오직 ‘누구 뽑는지’를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한다.

3월 9일이 다가올수록 대선 중독은 심해진다. 시끄러운 노래와 함성 소리는 이중창을 뚫고 들어오고, ‘아무리 그래도 나라를 위한다면 이 사람을 뽑아야지’라는 헛된 훈수는 여기저기서 메아리친다.

정확한 정보를 아는 상태로 투표하는 건 분명 중요하다. 하지만 뉴스가 논란을 의미하는 시대에 후보 지지율을 매일 3번씩 검색하는 일상이 평화롭기는 어렵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도파민을 쥐어짜는 습관은 결국 정신을 파괴한다.

지독한 대선 중독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먼저 현실을 마주해야 한다.

  • 아쉽지만 나에게 국가의 미래를 내다보는 초능력은 없다.
  • 51%가 승리하는 게임에서 모든 참가자가 만족할 수는 없다.
  • 정치가 아무리 중요해도 내 인생의 전부가 될 수 없고, 대통령 권한이 아무리 강력해도 내 문제를 전부 해결해 주지는 못한다.

선거에 대한 환상을 버릴 수 있다면 대선 결과를 편안한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쏟아지는 논란 대신 생산적인 습관에 집중하여 원하는 변화를 직접 만들 수도 있다. 어쩌면 이번 대선의 진정한 승자는 ‘중독되지 않은 자’다.

다음에는 누가 감옥에 갈지, 정치인이 말하는 ‘국민’이 대체 누구인지 깊게 고민해도 답은 나오지 않는다. 실시간 정보에 중독된 삶은 성장하는 삶이 아니다. 대선이 끝나도 내 삶은 멈추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