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환상의 부부 복식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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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창업

나는 소신의 남편이자 창업 파트너다. ‘공동 창업자는 결혼 상대와 같다’라는 말이 있으니 천생연분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부부라고 언제나 손발이 척척 맞는 건 아니다.

내가 생각하는 환상의 복식조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 효율적인 소통을 위해 노력한다.
  • 업무적 책임과 역할을 분명히 나눈다.
  • 서로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한다.

효율적인 소통

상대방에 도움이 되는 의견을 전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만약 소신이 나에게 가게 내부 조명에 관한 의견을 묻는다면 나는 질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답할 의무가 있다. 질문에 답할 준비가 안 됐다면 “잘 모르겠다” 말할 수 있어야 하고,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내가 조금 더 알아보고 알려줄게"라고 답해야 한다.

아내와 함께 일하면서 효율적으로 소통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람과 같이 일하다 보니 오히려 눈치를 보게 됐고, 어쩔 때는 표정만 보고 감정이 상했다.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 주길 바라는 마음 때문에 섭섭함이 커졌다. 평소에는 싸울 일 없던 우리가 일만 하면 서로에게 삐지기 바빴다.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는 서로에게 가장 솔직하기로 했다. 솔직한 소통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문제는 빠르게 나누고 상대방의 상황에 정확히 공감해야 한다. 고민을 혼자서 해결하는 사람이 용기 있는 것이 아니라 솔직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사람이 진짜 용감한 것이다.

책임과 역할

창업을 결심했을 때 각자에게 잘 맞는 역할을 정했다. 나는 제품(웹사이트, 메뉴) 그리고 소신은 운영과 디자인에 집중하기로 했다. 경험이 없었으니 추측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돌이켜보면 꽤 정확한 판단이었다.

초반 기세는 좋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역할 구분이 무의미해졌다. 맡은 일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없다는 것이 문제였다. 책임을 지자고 말해도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사랑하는 아내에게 어떻게 칼같이 책임을 묻겠는가. 그러다 보니 제품 담당은 나지만 소신이 메뉴 개발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한 달 전쯤, 우리는 ‘메(뉴)매(물)’ 체제를 도입했다. 나는 메뉴를 도맡아 개발하고 소신은 가게 계약을 책임지기로 한 것이다. 그 후 한 달 만에 우리는 상가를 계약했고 사이드 메뉴 레시피를 정했으며 인테리어 작업을 시작했다.  ‘두 명밖에 없는데 그냥 서로 도우면서 일하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두 명밖에 없기 때문에 최대한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바람직하다. 물론 도움이 필요하면 요청하는 것도 각자 책임져야 할 역할이다.

높은 기준

고등학생 시절 테니스 팀에서 복식 선수로 뛰었을 때 나는 정말 많이 졌다(승률을 따지자면 30%도 안 됐을 것이다). 테니스를 좋아했지만 꼭 이겨야 한다는 목표는 없었다. 게다가 단식 중심으로 편성된 팀이었기 때문에 복식 경기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그닥 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해서 나의 복식 파트너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었다. 패배가 반복되어도 연습을 더 하자는 이야기가 없었고 가끔 연습에 빠지기도 했다. 경기에 지면 슬플 법도 한데 우리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서로가 훈련에 100% 몰입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저 방관한 것이다.

만약 그때 둘 중 한 명이라도 ‘우리 다음에 꼭 이기자!‘고 이야기했다면 어땠을까? 환상의 복식조로 거듭나고 싶다면 최선을 다하기를 서로에게 당당히 요구해야 한다. 요즘 소신은 꿈에서도 인테리어 도면을 수정한다. 이런 파트너와 함께 일하다 보면 절대 게으를 수 없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도 꿈에서 바게트를 성형하는 지경에 이렀다.

좋은 부부, 창업 파트너, 팀의 본질은 같다. 파트너 덕분에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있다고 확신할 수 있어야 한다. 다행히도 나는 소신 덕분에 더 나은 남편이자 사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는 환상의 부부 복식조다.

엄마가 찍어준 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