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모든 사람이 내가 추구하는 일이나 생각을 백 퍼센트 받아들이거나 좋아할 필요는 없다. 대다수가 나를 정말 싫어해도 소수의 사람에게 열정적인 지지를 받는 삶이 훨씬 더 ‘안티프래질’하다. Nassim Taleb
많은 사람이 ‘좋은 아이디어’라 말한다면 이미 다른 회사들이 하는 사업이다. 대부분 ‘안 좋은 생각’이라 말해도 내 생각에는 ‘좋은 아이디어’인 일을 해야 한다. Paul Graham
가게를 운영하면 여러 훈수를 마주하게 된다.
‘장사는 결국 돈 벌려고 하는 거야.’ ‘거기는 상권이 안 좋은데.’ ‘이 상권에서 샌드위치는 잘 안 팔릴걸.’ ‘샌드위치 말고 김밥 같은 걸 좀 팔아보지.’ ‘영업시간을 늘려야 돈을 벌지.’ ‘비건 메뉴만 팔지 말고 다른 것도 좀 팔아봐.’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CHEESYLAZY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소신과 내가 퇴사 후 제주로 이주하고 가게를 준비하면서 다듬어온 가치는 생각보다 더 견고하다.
우리는 유일한 가게가 되고 싶다. 우리의 목표는 다른 가게보다 더 많이 벌어서 얼른 ‘대박 가게’로 알려지는 것이 아니다. 소신과 나는 10년을 바라보며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 우리다운 공간, 제품,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손님과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것, 실패하더라도 끊임없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물론 마음이 흔들릴 때도 있다. 내 월급이 최저임금의 반의반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에 헛웃음이 나올 때도 있고, 고수들이 구운 빵 사진을 보며 좌절할 때도 있다. ‘잘 하고 있는 걸까?’ 의심이 들어서 손님들이 적어주신 리뷰를 정독하기도 한다.
초심을 잊지 않고자 기록했던 글을 다시 한번 읽으며 각오를 새로이 한다. ‘작지만 오래가는 가게’를 만들겠다며 열정에 불타던 시절의 내가 쓴 글을 보다 보면 ‘내가 어찌 너를 실망시키겠니’라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무슨 일이 있어도 1년 전 나를 배신하고 싶지는 않다. 내가 쓴 글을 보고 응원해준 사람들의 기대 또한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강씨와 고씨 고집은 누구도 말릴 수 없다. 우리는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