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벽돌책

벽돌책을 태웠다. 조수석에 책을 모시고 시골집까지 내려가서 태웠다. “생일 축하해”라고 적혀 있는 첫 장만 찢어놓을까 싶었지만, 완전한 형태로 태워야 했다. 마당 중앙에 책을 내려놓고 등유를 한 바가지 부었다. 음. 세 발짝 뒤로 물러나서 축축한 종이덩어리를 바라봤다.

6년간 끊었던 말보로 레드를 입에 물고 불을 붙인 후 힘차게 빨아들였다. 후우. 한 번 더. 후우.

꽁초를 던졌다. 훨훨. 책 안에 있던 모든 이야기가 타들어 갔다. 20세기 미국의 이야기부터 지금의 나를 이토록 아프게 한 이야기들까지. 모조리 재가 되어 흩날렸다. 고약하게 매운 냄새가 창문 틈새를 비집고 집안까지 들어왔다. 눈물이 나서 밤새 잠들지 못했다.

다음 날 아침.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들고나와 마당에 남아있던 까만 흔적을 정리했다. 그러고선 단단히 묶은 쓰레기봉투를 집 앞 수거함에 던졌다. 잘 가라. 이제서야 떠나보냈다. 이놈의 벽돌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