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Bear Blog - 가장 심플한 블로그 플랫폼

블로그를 시작한 지 벌써 2년 가까이 흘렀다. 브런치에서 시작해서 WordPress, Substack, Ghost, Write.as까지. 어쩌면 글 쓰는 시간보다 내가 원하는 플랫폼을 찾는데 더 많은 시간을 보낸 것 같기도 하다.

최근 정착한 Bear Blog는 내가 바라던 단순하면서 강력한 블로그 서비스를 제공한다. 마음에 드는 특징은 다음과 같다.

  • 저렴하다. 나는 커스텀 도메인이나 이메일 수집과 같은 기능이 필요해서 1년에 $18을 내고 있지만 bearblog.dev 도메인에 발행해도 괜찮다면 무료다. 유료 플랜은 Ghost ProWrite.as와 비교하면 매우 합리적이다. 게다가 테마나 플러그인을 별도로 구매할 필요가 없으니 안심이다. WordPress나 Ghost를 직접 호스팅한다고 해도 한 달 $1.5로는 사실상 구축이 불가능하니 심플한 블로그를 원하는 유저에게 훌륭한 선택이다.
  • 기능에 군더더기가 없다. 댓글, 뉴스레터와 같은 기능은 없지만 정적 사이트 마냥 빠른 속도가 장점이다.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는 애널리틱스와 마크다운 에디터는 있지만 팝업, 광고, 트래커는 없다. 심플한 디자인 덕에 글이 돋보이는 블로그를 만들 수 있다.
  • 회사가 아닌 사람이 만든다. Herman은 마음에 드는 블로그 플랫폼이 없다는 사실에 불만을 가지고 Bear Blog를 만들었다. 개인이 개발하고 유지하는 오픈소스 서비스이기 때문에 피드백 반영이 매우 빠르다. 한국어 태그가 적용이 안 되는 문제가 있어서 Herman에 이메일을 보내니 하루 만에 버그가 수정됐다.

Bear Blog와 유사한 미니멀 블로그 플랫폼으로는 Mataroa가 있다. Mataroa 같은 경우 커스텀 도메인 사용료가 연 $9로 더 저렴하고 Bear Blog가 갖추지 못한 댓글이나 뉴스레터 기능을 제공한다. 대신 Bear Blog와는 달리 CSS 수정이나 포스트 태깅이 불가능하고 SEO 최적화 또한 어렵기 때문에 두 서비스 중 하나를 선택할 때 신중할 필요가 있다.

그래서 나는 왜 Bear Blog 같은 블로그 플랫폼에 집착하는가? 더 많은 사람이 글을 봐주는 것이 주 목표라면 네이버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이 현명하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대부로 자리잡은 한글 웹에서 개인 블로그가 설 자리는 매우 좁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인 블로그는 더 많아져야 한다. 글쓰기만큼 단순한 예술은 없다. 유튜버만큼 블로거도 다양한 의견을 낼 수 있다. 인터넷은 글쓴이가 기자인지 작가인지 신경 쓰지 않는다. 정치 연예 뉴스가 아닌 개인의 자유로운 목소리가 웹을 대표하는 날이 올 거라 기대해본다(개인 블로그 구축에 도움이 필요하시면 이메일 주세요).

*업데이트: Bear Blog 업그레이드 가격이 연 $48로 인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