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 쉴 공간
관광지에 살아서 그런가. 카페나 바와 같은 공간에 가면 방명록을 자주 읽는다. 관광객들이 쓴 익명의 글들은 웬만한 책보다 재밌다. 낯선 여행지에서 토해내는 힘듦을 읽다 보면 제주도가 많은 사람에게 피난처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며칠 전 들렀던 공간에서 또 방명록을 읽었다. “취업하고 일하는 것이 이렇게 힘들 것이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가슴이 너무 답답하고 미친 듯이 바빠서 숨 쉴 공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제주에 왔고 가장 한적한 촌구석에 숙소를 잡았다.“라는 말이 적혀 있었다. 빳빳한 종이를 뚫고 아픔이 전해졌다. 집에 와도 ‘숨 쉴 공간’이라는 표현이 머릿속을 하루 종일 맴돌았다.
나도 숨 쉴 공간을 만들고 싶어졌다. 도망쳐온 사람에게 잠시 멈춰서서 숨만 쉬어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모두가 틱톡커로 사는 시대. 주의를 끌어야만 돈이 된다고 말하는 세상에서 나만큼은 조금 달라지고 싶었다. 이런 마음을 담아 숨 쉴 공간을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