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석

스티브 잡스, 이성적 낙관주의자,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스티브 잡스

잡스의 아버지는 보이지 않는 부품까지 신경 쓰는 장인 정신이 곧 완벽을 의미한다고 가르쳤다. 그리고 잡스는 이러한 가르침을 Apple II 내부 회로판 배치에 적용했다. 회로 모양이 똑바르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초기 디자인을 퇴짜놓은 것이다.

매킨토시 디자인이 최종 확정되었을 때, 잡스는 매킨토시 팀원들을 모아 축하했다. “진짜 아티스트들은 작품에 이름을 남기지.” 잡스는 종이 한 장과 마커를 건네며 팀원 모두 이름을 적게 했다. 시간이 지나고 종이에 적힌 서명들은 출하되는 매킨토시 내부에 새겨졌다. 아무도 몰라봤지만, 팀원들만큼은 자신의 서명이 제품 안에 존재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1981년 봄, 채용을 진행할 때 잡스는 애플 제품을 향한 열정을 살펴보며 평가했다. 어떤 때는 후보들을 프로토타입이 감춰진 방으로 데려간 후 갑자기 보여주며 반응을 지켜보기도 했다. 안드레아 커닝엄은 이렇게 기억한다. “후보자가 반짝이는 눈빛을 가지고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인다면 스티브는 웃음을 지으며 채용을 결정했어요. 제품을 직접 봤을 때 ‘와우!‘라 외치길 바랐던 거죠.”

이성적 낙관주의자

나는 이성적 낙관주의자다. 기질이나 본능이 아닌 증거를 기반으로 낙관주의를 추구하기 때문이다.

몇몇 사람들은 과거의 삶이 더 좋았다고 주장한다. 사회가 소박하고 평온했다고 기억하며 현대에 이러한 장점을 잃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장밋빛 과거에 대한 향수 대부분은 과거 부자였던 자들만 가질 수 있는 생각이다.

1800년대 이후 세계 인구는 6배 늘어났지만 기대 수명은 두 배 이상, 수입은 9배 이상 늘었다. 2005년과 1955년을 비교해보자. 50년이 지나고 지구에 사는 인간은 평균 3배 가까이 더 많은 돈을 벌었고 (인플레 감안), 1/3배 더 많은 칼로리를 섭취했으며, 1/3만큼의 자녀를 묻었고, 1/3배 더 오래 살았다.

파인만의 여섯 가지 물리 이야기

과학은 지식을 시험하기 위해서는 실험이 필요하다고 정의한다. 실험 결과만이 과학적 “진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식의 원천은 무엇일까? 증명 가능한 법칙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실험은 법칙이 성립하도록 도와줌으로써 진실로 향하는 힌트를 준다. 하지만 이러한 힌트를 단순하고, 아름다우며, 낯선 규칙으로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건 다름 아닌 상상력이다. 상상을 거듭한 이후 실험을 통해 추측이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맞다.

만약 과학 지식이 모두 사라지는 대재앙에서 단 하나의 문장만 다음 세대에 남길 수 있다면 어떤 단어들이 가장 많은 정보를 담을까? 나는 원자들이 끊임없이 움직이면서 일정한 거리에서 서로를 끌어당기고 너무 가까워졌을 때는 서로 반발하는 원자 가설(atomic hypothesis)일 거라 생각한다.

무언가를 “이해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우리는 복잡하게 배열된 물질들이 만드는 “세계"가 신들이 두고 있는 체스 게임이라 상상하며 관찰자로 살아갈 수도 있다. 게임이 어떠한 규칙을 가졌는지 모르기 때문에 관찰만 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랜 기간 지켜본다면 몇몇 룰을 이해하게 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때 발견하는 룰이 바로 기초 물리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