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사니까 어떤가요?

이번 주말 가게 문을 닫고 친구 결혼식을 위해 서울에 다녀왔다. 그러고 보니 한 달 새 서울사람 결혼식만 두 번째다. 김포공항에 도착하자마자 복잡함과 편리함이 동시에 훅 느껴졌다. 정신 없이 환승하고, 수많은 인파를 헤치며 결혼식장에 무사히 도착하니 나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제주로 이주한 지 2년 만에 나도 제주 사람 다 된마씸 이라는 생각이 새삼스레 들었다.

결혼식장에는 오랜만에 보는 반가운 얼굴이 많았는데, 소소한 안부를 나누다 보니 줄곧 같은 질문을 듣게 됐다. “제주에 사니까 어때요?” 평범한 질문일 수 있지만 내 머릿속은 명탐정 코난이 범인을 찾는 듯 분주했다. 난 제주가 좋은 걸까? 싫은 걸까? 머리를 긁적이다 “그러게요… 너무 좋죠.“라며 얼버무렸다.

제주살이에 대한 내 생각은 꽤 복잡하다.

‘제주에 사니까 어떤가요?‘라는 질문에는 옅은 기대가 깔려있다. ‘제주 생활이 기대했던 것만큼 좋은가요?’ ‘서울에서 겪었던 문제가 제주에 가니 해결됐나요?’ 완전 만족한다거나, 사실 실망했다는 명쾌한 답을 원할 수 있지만, 나의 제주살이를 좋다 나쁘다로 단순하게 정리하기는 어렵다.

내가 서울을 떠나 제주에서 수염을 기르며 사는 모습이 ‘나는 자연인이다’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강남 한복판에 살아도 한적한 마을에 집 지어 사는 마음가짐을 가꿀 수 있고, 수탉 소리에 아침을 맞이하는 시골에 살아도 테헤란로 직장인처럼 숨가쁘게 살 수 있다. 결국 이루고 싶은 삶의 형태는 우리나라 어디에 살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닐까? 이것이 3년차 제주 도민으로서 내가 얻은 결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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